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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야망가들
2026년 9월 28일

"더 적게 외우고, 더 많이 뱉어라" — 영어 공부의 역설

단어를 외울수록 말이 안 나오는 이유, 그리고 쉐도잉이 정말 해주는 것

안녕하세요, 야망이 여러분. 영어 공부를 하다 보면 이런 순간이 옵니다. 분명히 열심히 했는데, 막상 입을 열면 아무것도 안 나오는 그 순간. 단어장은 두꺼워지고, 쉐도잉도 꼬박꼬박 하는데 — 왜 나는 아직도 말이 막힐까요?

이 질문, 정말 자주 받습니다. TED 강연으로 영어를 공부하는 멤버분들과 함께하는 라이브 스터디 세션에서도 어김없이 나왔고요. 이번 주는 그 대화를 통해 나온 이야기들을 여러분께도 들려드리려 합니다.

오늘의 메뉴

이번 편지에서 다루는 것들

① 쉐도잉, 인토네이션까지 따라 해야 할까? — 발음·강세 고민 총정리
② 단어를 다 외우려는 사람에게 드리는 솔직한 조언
③ 현장 스케치 — 추석에 모여 영어로 말한 사람들

고민 상담소

고민 ①  쉐도잉할 때 인토네이션·강세까지 챙겨야 할까요?

한 분이 이런 질문을 보내주셨어요. 쉐도잉을 할 때 높낮이, 인토네이션, 강세, 뉘앙스까지 포함해서 연습해야 하는지 — 아니면 그냥 원래 하던 대로 따라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한지.

"실제로 말할 때는 긴장하거나 다른 이유로, 그런 디테일한 부분들을 챙기기가 굉장히 어렵거든요. 그러니까 평소 연습할 때 무의식적으로라도 배어 있어야 실전에서 조금이라도 더 나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인토네이션까지 포함한 연습이 더 좋습니다. 다만 모든 문장에 그렇게 할 필요는 없어요. 유독 입에 안 붙는 구간, 어색한 문장이 있다면 그 부분만큼은 높낮이와 강세까지 신경 써서 해보세요. 그게 훨씬 몰입도 있는 연습이 됩니다.

한 가지 더 — 원어민도 다 같은 인토네이션을 쓰지 않아요. 지역마다, 도시마다 결이 다르죠. 내가 따라하고 싶은 화자를 여럿 시도해보고, 그중 가장 편하게 따라할 수 있는 강세와 리듬을 골라서 집중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무리 연습해도 결국 내 모국어 인토네이션이 어느 정도는 따라오게 됩니다 —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고민 ②  쉐도잉하다 보니 어느 구간이 너무 자연스럽게 나오는데… 이게 맞는 건가요?

또 다른 분은 반대의 고민을 보내주셨어요. 쉐도잉을 하다 보니, 억지로 따라 읽는 게 아니라 어떤 구간은 그냥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경험을 했는데 — 이게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의심이 됐다고요.

"그건 의심할 게 아니라, 오히려 실력이 늘었다는 증거예요. 억지로 따라가지 않아도 들리는 대로 바로 나오는 구간이 생겼다는 건, 스피킹과 리스닝이 그만큼 성장했다는 신호거든요."

자연스럽게 나오는 구간이 많아졌다면, 오히려 레벨을 올릴 타이밍입니다. 유독 어려운 구간만 뽑아서 집중 연습하고, 나머지 시간은 쉐도잉보다 표현 만들기, 스피킹 연습 쪽으로 옮겨보세요. 쉐도잉은 어디까지나 리스닝 근육과 유창성의 토대를 쌓는 수단이지, 목적 자체가 아니거든요.

 

고민 ③  매주 새 단어가 쌓이는데, 다 외워야 하나요?

이 질문은 정말 많은 분들이 공통으로 품고 있는 고민입니다. TED 강연을 공부하다 보면 주마다 새 단어가 눈덩이처럼 쌓이고, "이걸 다 외워야 하나" 싶은 압박감이 오거든요.

"마트에서 장을 볼 때 진열대에 있는 걸 전부 사지는 않잖아요. 사고 싶은 것, 필요한 것만 고르듯 — 단어도 마찬가지예요."

저도 처음엔 나오는 단어를 전부 찾아보고 다 외우려 했어요. 결과는? 몇 시간씩 붙잡다가 지쳐서, 결국 그 방법을 포기하는 사람이 됐죠. 그래서 지금 "다 외울 필요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된 겁니다.

영어는 빨리 한다고 느는 게 아니에요. 길게 해야 느는 거예요.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데 절박한 사람처럼 외우다가 지쳐서 영어 공부 자체를 멈춰버리면, 성장은커녕 원점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조금 더디게 느껴지더라도, 내 일상에 실제로 쓸 표현 다섯 개를 골라서 그것만 제대로 써먹는 연습이 훨씬 낫습니다.

그리고 이건 꼭 드리고 싶은 말인데요 — 말이 잘 안 나오는 이유가 단어를 덜 알아서가 아닌 경우가 많아요. 이미 아는 표현을 충분히 활용해본 적이 없어서인 거예요. 지금 가진 재료로 파스타를 완성하는 연습부터가 먼저입니다. 면 종류를 다섯 가지 사는 것보다, 마늘 하나로 알리오 올리오를 만들어보는 게 먼저인 것처럼요.

 
메모장에서 꺼낸 표현 5

이번 세션에서 건진 표현들 🗒️

이번 세션에서는 "어떤 게 더 자연스러운 영어일까?" 투표 게임과 문장 만들기를 함께 했어요. 그 과정에서 건진 표현들, 뉴스레터에도 올려드립니다.

1. tend to — 보통 ~하는 편이다 (항상은 아니지만)

확정적이지 않고 습관적으로 그런 경향이 있을 때 부드럽게 쓰는 표현
"I tend to overthink things." / "I tend to order iced Americano."

2. find yourself -ing — 자신도 모르게 ~하고 있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그러고 있는 걸 발견했을 때. "without noticing"은 굳이 안 붙여도 됨 — 이미 그 뉘앙스가 담긴 표현
"I find myself doom scrolling whenever I have free time."

3. work through — (복잡한 문제를) 하나씩 헤쳐나가다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단계적으로 풀어나가는 과정에 씀. 단순히 "진행 중"이라면 work on it을 쓰는 게 더 자연스러움
"I'm still working through this issue." / "I'm working through my homesickness."

4. helps me + 동사원형 —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무언가가 나에게 어떤 효과를 줄 때 자연스럽게 쓰는 구조
"Shadowing helps me hear the rhythm." / "It helps me see what I was missing."

5. be hard on — ~에게 (너무) 엄격하게 굴다, 몰아붙이다

자신 혹은 타인에게 기준을 높이 잡고 몰아붙일 때. 자책할 때도, 누군가를 걱정할 때도 씀
"Don't be too hard on yourself." / "I'm very hard on myself when I don't meet a deadline."

 
추석 특집 현장 🎑

명절에 모여, 영어로 말했습니다

추석 연휴 주말, 다들 어디선가 가족과 있을 시간에 모여 즉흥 스피킹을 했습니다. 질문은 마이크를 켠 뒤에야 받는 방식이었어요. 주제는 전부 추석.

처음엔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어요. 채팅창이 잠깐 조용해졌고, 저는 "첫 번째가 제일 쉬운 질문이에요"라고 달래다가 결국 한 분을 콕 집어 불렀습니다. 마이크가 켜지고, 더듬더듬 첫 문장이 나오고 — 그 순간 채팅창이 먼저 따뜻해졌어요. 응원이 줄줄이 올라왔거든요. 명절이라 그런지, 다들 마음이 조금 말랑해져 있었던 것 같아요.

가장 오래 남은 건 해외에 혼자 계신 한 분의 이야기였어요. 명절 아침에도 일을 하고, 가족은 한국에 있고, 그래서 혼자 육전과 배추전을 부쳤다고요. 영어로 담담하게 이어가다가 마지막에 "그게 다예요"라고 하셨는데, 그 짧은 문장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습니다. 가족은 아니지만 함께 축하한다는 말이 채팅창에 올라왔고, 육전 레시피를 나눠달라는 말도요. 화면 너머로 누군가의 부엌이 잠깐 덜 외로워지는 걸 본 기분이었어요.

또 한 분은 어릴 적 할머니 댁 이야기를 꺼내셨어요. 사촌들이 앉을 자리가 없을 만큼 모여서, 마당에 나가 늦도록 불꽃놀이를 했다고요. 문장은 군데군데 끊겼지만 그 마당의 소리와 냄새가 그대로 건너왔습니다. 세션을 닫으며 저도 모르게 이런 말이 나왔어요. 오늘은 추석은 아니지만, 추석 주말을 같이 보낸 것 같다고. 준비하지 않아도 "내 이야기"라면 말이 나온다는 걸, 이날 다시 배웠습니다.

 

오늘의 실천, 딱 하나

오늘 있었던 일 중에서 하나를 골라, find myself -ing 혹은 I tend to를 써서 영어 문장 하나만 만들어 보세요.
완벽하지 않아도 됩니다. "I find myself checking my phone when I'm bored." 이 한 문장이면 충분해요. 쓰고 나면 그 표현이 갑자기 귀에 들리기 시작합니다.

오늘 편지 읽으시고 떠오르는 게 있으면 답장 주세요. 잘 읽겠습니다.

 

이번 편지가 마음에 닿았다면 — 지금 진행 중인 기수는 모집이 마감됐지만, 다음 기수 소식을 먼저 받아볼 수 있는 대기 신청(무료)이 열려 있습니다. 열심히 하는데 방향을 못 잡겠다거나, 혼자 하는 영어 공부가 계속 흐지부지된다면 — 한번 살펴보세요.

다음 기수 안내 보기 →

다음 주에도 조용히, 야망 있게.
미국회사직장인 드림

P.S. "마늘 하나면 알리오 올리오가 된다"는 말, 오늘 이후로 영어 공부할 때마다 생각날 것 같습니다. 🍝

이런 편지를 매주 받아보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