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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야망가들
2026년 9월 21일

단어를 외워도 자꾸 잊는다면, 외우는 방식이 문제입니다

어원으로 단어 열 개를 한꺼번에 잡는 법, 그리고 원어민이 실제로 쓰는 말

안녕하세요, 야망이 여러분. 미국회사직장인입니다. 그동안 이 메일 주소로는 프로그램 모집 안내만 보내드렸는데, 오늘부터는 세션에서 나온 이야기를 편지로 담아 보내드리려 합니다. 첫 편지라 저도 살짝 긴장됩니다.

벌써 4기의 두 번째 라이브 세션이었어요. 매주 TED 강연 하나를 함께 파고든 뒤, 토요일 밤에 모여 그 주에 생긴 질문을 풀어냅니다.

이번 라이브 세션에서도 어김없이 이 질문이 나왔습니다. "단어를 외우긴 하는데 금방 잊어버려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사실 이건 영어 공부하는 분들께 제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예요. 오늘 편지는 바로 거기서 출발합니다.

오늘의 메뉴

① 단어가 안 외워지는 진짜 이유 — 어원과 파생어 활용법
② "task"는 어색하다 — 원어민이 실제로 쓰는 표현들
③ 현장 스케치 — 즉흥 스피킹, 머뭇거리다 말문이 열리는 순간

고민 상담소

고민 ①  단어를 찾아보고 외웠는데, 왜 금방 잊어버릴까요?

세션에서 한 분이 이런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단어를 찾아서 한국어 뜻을 적어두고 외우는데, 막상 나중에 그 단어가 다시 나오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요. 공감하시는 분 많으실 것 같습니다.

"그 단어를 쓰지 않는 한, 어차피 까먹어요. 단어 수십 개 찾아보고 다 외우려고 하는 그 시간 반복이 솔직히 그다지 재미있지는 않았습니다."

세션에서 공유된 핵심은 이겁니다. 단어를 한국어 뜻과 1:1로 매칭해서 외우는 방식이 비효율적인 이유는, 그 단어를 '맥락 없이' 저장하기 때문이에요. 나중에 영어로 말할 때 한국어로 먼저 생각하고 번역해서 꺼내오는 과정을 거치게 되고, 거기서 막힘이 생깁니다.

대안으로 소개된 방법이 어원(etymology) 활용입니다. 예를 들어 이번 TED 강연에 나온 intrinsic과 extrinsic. 뜻을 몰라도, in-이 '안쪽'을 뜻한다는 걸 알면 — inner, interior, inward, internal에서 이미 알고 있는 그 감각 — intrinsic이 '내적인', extrinsic이 '외적인'이라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MBTI의 introvert / extrovert도, 오늘 배운 intrinsic / extrinsic도 같은 어근에서 출발한다는 걸 알면 단어 하나를 배울 때 비슷한 패턴의 단어 서너 개가 한꺼번에 내 것이 됩니다.

세션 화면 — 어원과 접두사 정리

세션 화면 일부 — re- 하나로 갈라지는 단어들, 그리고 revert = re + vertere(돌다)

추천 방법 두 가지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어원 + 파생어 활용 루틴

① 어원 사전 활용: etymology.com에서 모르는 단어의 어근을 찾아보세요. 단어의 앞뒤 조각(접두사·접미사)을 파악하면, 처음 보는 단어도 뜻을 추론할 수 있습니다.
② 파생어 함께 정리: 네이버 연관 검색어나 영영사전(Merriam-Webster, Oxford, Dictionary.com)에서 파생어를 같이 찾아두세요. 형용사 하나를 배웠다면 명사·동사형까지 한 번에. 단어 3개를 외워도 실제로는 9~15개를 익히는 효과가 납니다.
③ 욕심 버리기: 한 콘텐츠에서 내가 실제로 쓰고 싶은 표현 3~5개만 골라 깊게 파는 게, 단어 30개 얕게 훑는 것보다 훨씬 오래 기억됩니다.

 

고민 ②  긴 문장을 말하려다 말이 꼬입니다. 일부러 긴 문장 연습을 해야 할까요?

한 분이 이런 고민을 꺼냈습니다. 긴 문장으로 말하려고 하면 어느 순간 머리가 하얘지면서 말이 이어지지 않는다고요. 의도적으로 긴 문장을 연습해야 하는 건지 물으셨어요.

"한국어로 사고하는 패턴대로 말하려다 보면, 문법적으로 맞는 말인지 생각하는 사이에 말이 끊겨버려요."

세션에서 나온 답은 명쾌했습니다. 긴 문장 연습보다 짧고 즉흥적으로 말하는 연습이 먼저입니다. 특히 비즈니스 영어에서 정말 필요한 기술은, 같은 메시지를 더 짧고 명확하게 전달하는 능력이에요. 길게 설명하는 건 오히려 시간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실제 현장에서 가장 어려운 순간은, 준비 없이 말해야 할 때입니다. 그래서 즉흥으로 짧게라도 말을 뱉어 끝내는 연습을 반복하고, 그 다음에 그 표현을 다듬어서 내 것으로 만들어가는 순서가 더 효과적입니다. 말이 꼬이는 패턴을 파악하고, 그 상황을 즉흥적으로 자주 경험해보는 것 — 그게 빠른 길입니다.

 
메모장에서 꺼낸 표현 6

이번 TED 강연에서 건진 표현들 🗒️

세션에서 직접 문장을 만들어보며 다듬은 표현들입니다. 문법적으로 틀리진 않지만 원어민이 실제 대화에서 쓰는 말과는 종종 다릅니다. 그 간격을 좁히는 데 도움이 될 표현들을 골랐어요.

세션 화면 — 같은 뜻, 다른 자연스러움

같은 뜻인데 자연스러움이 다릅니다 — 세션에서 셋을 놓고 직접 비교했어요

1. I have trouble sticking to ~ — ~을 꾸준히 하는 게 어렵다

"루틴을 못 지킨다"고 말할 때 딱 맞는 표현
"I have trouble sticking to my morning routine."

2. I'm surprised I'm still sticking with it. — 아직도 하고 있다니 나도 신기하다

stick to(목표·방식을 고수)와 stick with(계속 이어가다)는 뉘앙스가 살짝 다름
"I started rock climbing a year ago — I'm surprised I'm still sticking with it."

3. In the long run — 장기적으로 보면

단기 불편함과 장기 이득을 비교할 때 자주 쓰임
"Looking up etymology is harder now, but it pays off in the long run."

4. I feel pressure from ~ — ~에서 압박을 받는다

스트레스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붙일 수 있어 활용도가 높음
"I feel pressure from the deadline every single week."

5. I ended up ~ing — 결국 ~하게 됐다 (계획과 달리)

계획이 틀어졌을 때, 혹은 예상 밖의 결과를 말할 때
"I always end up doing it the night before."

6. No matter how ~ — 아무리 ~해도

뒤에 형용사(tired, busy, bored 등)를 붙여 조건을 강조
"No matter how tired I am, I try to write one line."

보너스 하나. 세션에서 가장 뜨거운 반응이 나왔던 포인트는 "task"였습니다. 우리가 습관적으로 쓰는 이 단어, 사실 원어민 일상 대화에서는 거의 안 씁니다. 업무 이야기를 할 때 task 대신 실제로 쓰는 말은 work, things, stuff, 또는 구체적인 그것(the report, the presentation)입니다. "I have trouble completing my tasks" 대신 "I have trouble getting work done"이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세션 뒷자리에서 🎙️

머뭇거리다 말문이 열리는 순간

이번 세션 후반부에는 즉흥 스토리텔링 활동인 '페차쿠차'를 진행했습니다. 사진 한 장을 보고 30초 안에 즉흥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방식이에요.

처음 도전하시는 분들은 마이크 앞에서 잠깐 멈췄습니다. "그냥 아무거나 시작해도 되죠?" 하고 물어보시더니, 짧게라도 문장을 뱉어내셨어요. 길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 뭔가 말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이미 성공이거든요.

제가 이 활동을 넣은 이유가 바로 이 장면 때문입니다. 준비된 문장은 누구나 잘 읽습니다. 하지만 실제 직장에서, 회의에서, 갑자기 말해야 하는 순간은 언제나 준비가 안 됐을 때 찾아오거든요. 불편한 그 순간을 반복해서 경험하는 것이 결국 말문을 여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믿습니다. 세션을 마치며 한 분이 남기신 소감이 그걸 잘 요약해줬어요. "어렵긴 한데, 매번 조금씩 나아지는 게 느껴져요."

 

오늘의 실천, 딱 하나

오늘 배운 표현 중 하나를 골라, 지금 내 상황에 맞게 문장 하나만 바꿔보세요.
예: "I ended up ~ing" → "I ended up skipping breakfast again."
단어를 바꾸고, 시제를 바꾸고, 주어를 바꿔보는 것 — 이게 표현을 내 것으로 만드는 가장 빠른 루틴입니다. 거창하게 시작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늘 편지가 어땠는지, 답장 주시면 잘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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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에도 조용히, 야망 있게.
미국회사직장인 드림

P.S. 포켓몬 이름이 어원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다면, 당신은 이미 어원에 흥미가 생긴 겁니다. Charmander = char(불에 타다) + salamander(도롱뇽). 영어 공부가 이렇게 시작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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